서구칼럼-조봉권(국제신문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)
- 2025-02-25 17:12:08
-
문화관광과
- 조회수 : 262
-
서구칼럼-조봉권(국제신문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)
서구칼럼
"이태석 신부님, 삼거리상회 기억하세요?"
조 봉 권
국제신문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
나는 올해로 48년째 부산 서구에 산다. 송도중학교 다닐 때 충무동에서 9개월 지낸 시절을 빼면, 남부민동에 줄곧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. 몇몇 친구는 가끔 내게 묻는다. "계속 남부민동에(서구에) 살 거니?"
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`이 친구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? 싶다. 교통 편하지, 도시철도 가깝지, 광복동 남포동 중앙동 부민동 등등 번화가와 원도심 문화공간이 지척이지, 부산역이 멀기를 하나, 공항 갈 때도 161번 버스 타고 사상에 가서 경전철 타면 간단하지, 송도해수욕장과 천마산 그리고 구덕산 일대 장관은 또 어쩌고?
내가 여길 왜 떠나겠는가!
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는 이런 생각도 깃든다. `그 고장에 사는 주민이 자기 고장을 조금 더 사랑하며 뿌듯하게 여긴다면 지역민의 자부심도 높아지고 지역 발전도 더 잘 이뤄질 텐데….
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돕는 요소 가운데 `우리 고장을 빛낸 인물이 있다.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사회에 이바지한 인물을 이웃으로 두면, 기분이 좋고 자긍심이 생긴다.
어릴 적 우리 집은 송도 윗길의 대동맨션과 송도중학교 바로 곁 삼거리에서 `연쇄점을 했다. 그때 상호가 `현대화슈퍼-삼거리상회였다. 송도성당이 100미터쯤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. 송도성당 바로 아래 고(故) 이태석 신부 생가가 있다. 지금은 생가가 잘 복원돼 있고 곁에는 이태석신부기념관이 들어섰다.
계산을 해보니, 남수단에서 숭고한 사랑을 베풀다가 병마에 스러진 멋진 성직자 이태석 신부님이 천마초등학교·대신중학교·경남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, 삼거리상회에 와서 물건을 사곤 했을 확률은 100%라는 확신이 섰다. 그 시절 나는 자주 가게를 봤다. 그러니 이태석 신부님이 내가 가게를 보던 우리 집에 와서 새우깡과 삼립빵과 환타를 사 갔을 게 분명하다.
이런 결론에 도달한 뒤 나는 이태석신부기념관과 생가에 갈 때마다 더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. 내 고장이, 우리 동네가 더 좋아졌다.
"신부님, 삼거리상회 기억하세요?"라고 물어보고도 싶다.
이태석 신부님뿐이겠는가? 서구 암남동 복음병원(고신의료원)에서 가난하고 힘들고 아픈 이들을 위해 사랑의 인술을 펼친 고 장기려 박사도 계시고, 항일독립투쟁을 펼치며 독립군가 `압록강행진곡 등을 작곡하고 서구에서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에 헌신한 먼구름 한형석(한유한) 선생이라는 거인도 떠오른다.
최근 인물로는 김언수 작가가 먼저 생각난다. 부산 토박이로 송도, 남부민동, 아미동, 감천동, 영도에 살았던 김 작가의 소설책은 세계 20개 나라 언어로 번역돼 세계 독자를 만났다. 그의 장편소설 『뜨거운 피』를 읽어보면 배경이 숫제 송도와 서구다.
이렇듯 서구를 빛낸 인물에 관해 주민과 서구청이 함께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.